엘리베이터

염창동의 우림블루나인에 있는 회사를 다닐적 일이다.

여느 다른 빌딩도 그렇겠지만 특히 이 우림블루나인은 엘리베이터 시스템이 정말 엉망이다.

그래서  출퇴근 시간에는 계단으로 이동하는게 몇배는 더 빠르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9층에 입주해 있어서 특별히 바쁜일이 있지 않으면 계단을 이용할 일이 없다.

하루는 퇴근길에 엘리베이터를 타는데 나까지 간신히 탔다.

비좁은데 한번 보내려다 탄게 미안해서 얼른 문이 닫히고 내려가길 기다리는데

멀리어 한 남자가 황급히 달려와서 엘리베이터를 잡았다.

더이상 탈 공간이 없는데  조금  짜증스러운 감정이 올라 왔지만 꾹꾹 눌러 참고선 최대한 비켜줄 수 있는 만큼 비켜주었다.

속으로는 굉장히 못마땅한 상황인데 이 남자가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오니깐 갑자기 삐 소리가 발동했다.

당황황 그 남자는 엘리베이터를 내려서 저 멀리 떨어져 나갔다.

이것이 얼마나 통쾌하던지 딱딱 끊는 목소리로 세번을 흐. 흐. 흐 하고 웃었더니

내 뒤에있던 뚱뚱한 흑인 여자도 얼굴에 웃음을 참고있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 얼굴이 얼마나 웃겼던지 가끔 심심할때 생각하면 참 즐거운 일이다.

무엇보다 외국인이랑 정서적인 감정의 공감을 이루었다는 것이 뭔가 뿌듯했다.

생김새와 말은 우리와 다르지만 우리와 똑같은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라는 것을 몸소 체험한 귀중한 시간이었다.

그 뒤로 가끔 그 여성을 마주쳤는데 인사라도 할껄 하고 후회가 되지만 그래도 즐거운 사람이 참 많은 것 같다.ㅎ